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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깅을 시작하고 몇 마리 잡아 본 뒤에도
큰 방파제 끝만 찾아다니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러면 사람은 늘 붐비고,
바로 옆에 있는 작고 조용한 자리는 매번 그냥 지나칩니다.
도구와 노리는 법을 익힌 다음에는
어떤 지형이 포인트가 되는지 보는 눈이 조과를 가릅니다.
지도에서 찾는 법부터 현장에서 보는 법까지
자리 고르는 기준을 세워 두었습니다.
이 글은 무늬오징어 에깅에서 잘 안 알려진
작은 방파제, 선착장 슬로프, 석축 호안을 중심으로 정리합니다.
위성 지도를 크게 키워 해안선을 따라가다 보면
자갈밭이나 돌밭, 모래 해변 사이에
콘크리트 발판 하나가 점처럼 찍혀 있을 때가 있습니다.
바다 쪽으로 조금 튀어나와 있고
주변보다 발판이 살짝 높은 자리입니다.
이런 작은 방파제는
좋은 포인트이면서도 경쟁이 의외로 적은 경우가 많습니다.
처음 에깅을 할 때는 눈길이 잘 안 가는 자리라서 그렇습니다.
몇 년 다니다가 와 보면
오징어가 아예 자리 잡고 사는 곳이었다는 걸 알게 되기도 합니다.
물론 모든 작은 방파제가 다 좋은 건 아닙니다.
생물 기척이 전혀 없는 해변에 덩그러니 놓인 곳이라면
오히려 피하는 게 낫습니다.
얕은 자리에서 발판이 낮으면
수면 반사 때문에 먼 곳까지 잘 안 보입니다.
물에 바짝 붙은 갯바위라면
일단 던져 보고 나서야 감이 오는 식이 됩니다.
그런데 발판이 2~3m만 높아도 주변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떠 있는 무늬오징어를 먼저 찾을 수 있고,
에기를 던진 뒤 따라오는 오징어도 보입니다.
해조와 장애물, 바닥 모양까지 보이니
어디부터 노릴지 순서를 짜기가 쉬워집니다.
높이가 있으면 캐스팅도 조금 더 멀리 나갑니다.
조금만 더 날아가면 닿을 것 같던 브레이크라인에도
에기를 보내기가 수월해집니다.
편광 안경을 쓰고 보면 물색이 바뀌는 경계가 보여서
어디까지 던져야 할지 목표가 분명해집니다.
작은 방파제를 만들 때
발 앞을 받치려고 넣은 기초 블록이 있는 곳이 있습니다.
이 블록이 큰 파도에 맞아 무너지거나 굴러가서
바깥쪽에 띄엄띄엄 흩어져 있는 경우가 생깁니다.
무너진 자리에 다시 해조가 자라 올라오면
오징어가 붙을 만한 변화가 하나 더 생깁니다.
수심은 사리 간조 때
방파제 끝 발 앞 바닥이 드러날 듯 말 듯한 정도가 좋습니다.
보통 물때에 가도 발 앞이 1~2m,
조금 앞으로 던진 자리가 3~5m쯤 되는 곳입니다.
이 정도면 해조가 자라기 좋고
오징어가 들어와 머물기에도 충분합니다.
이런 자리는 아침 첫 포인트로 먼저 쳐 보고
반응이 없으면 다음 자리로 옮기는 식으로 쓰기 좋습니다.
간조에 앞 2m까지 물이 빠지는 자리도 버릴 곳은 아닙니다.
만조에 맞춰 천천히 가라앉는 쉘로우 에기로 훑거나,
조금 무거운 에기를 멀리 던져
바깥쪽 브레이크라인을 노려 보세요.
작은 방파제는 한 사람이 들어가 있으면
뒤에 온 사람이 끼어들기 어렵습니다.
큰 방파제와 다른 작은 자리의 단점입니다.
그래도 비어 있을 때 들어가면 그날은 운이 좋은 편이고,
동네 낚시인과 나란히 서서 이야기하며 하는 낚시도 나쁘지 않습니다.
가는 길이 좁은 곳도 많습니다.
해안까지 내려가는 외길에서 차가 마주치거나,
근처 밭을 일구는 분이나
배를 내리는 어민의 트럭을 막으면 바로 문제가 됩니다.
조과보다 주차와 통행에서 다툼이 없게 하는 게 먼저입니다.
선착장 슬로프는 쉽게 말해
배를 바다로 내리려고 비스듬하게 만든 경사로입니다.
레일이 깔린 곳도 있고
콘크리트만 친 곳도 있습니다.
슬로프는 바다로 천천히 들어가니 수심 변화가 있습니다.
끝부분은 바닥까지 이어지지 않고
중간에서 끊기며 턱이 생기는 경우가 많아서
여기서 한 번 더 지형이 바뀝니다.
게다가 슬로프에는 해조가 잘 붙습니다.
항구 안쪽 깊숙한 지형이라
들어온 무늬오징어가 슬로프에서 쉬듯 머무는 일이 많습니다.
떠 있는 오징어가 보이면 에기에 쉽게 다가오고,
안 보여도 던지면 가라앉아 있던 오징어가 떠오르기도 합니다.
다만 줄을 쳐 놓은 곳, 조선소나 작업용 슬로프는
절대 들어가지 마세요.
돌을 비스듬히 쌓아 육지와 나란히 길게 뻗은
석축 호안도 눈여겨볼 자리입니다.
가장 큰 장점은 넓다는 점입니다.
옆으로 조금씩 옮기며 한 번씩 던져도 되고,
모서리가 있으면 조류를 가로지르게 던져
회유를 기다릴 수도 있습니다.
석축은 한 덩어리 콘크리트가 아니라서
무너진 곳, 굴러 나온 돌, 움푹 파인 곳이 섞여 있습니다.
작은 게와 새우가 숨기 좋고 물고기도 붙습니다.
조류가 지나가면 회유어도 들어옵니다.
앞쪽에 해조가 넓게 깔린 구간과
덩어리로 뭉친 구간이 섞여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하루 만에 전부 훑기 어려울 만큼 넓어서
끝에서 끝까지 걸어 보면 어딘가에서 누군가는 잡고 있습니다.
방파제는 발 앞이 수직으로 떨어집니다.
석축은 비스듬히 내려가며 곳곳이 무너져 있습니다.
섬은 조류가 닿는 방식 덕분에
무늬오징어가 많고 가능성이 큰 곳입니다.
그렇다고 늘 잘 나오는 건 아닙니다.
일주일을 다녀도 2.3kg급 한 마리로 끝나는 일도 있습니다.
섬의 진짜 장점은 바람을 피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산이 조금 있는 섬이라면
바람이 불어도 등지거나 맞받는 자리가 어딘가에 있습니다.
초속 10~12m가 넘으면 힘들지만
7~8m 정도라면 섬에서는 충분히 낚시가 됩니다.
섬은 북쪽, 남쪽 같은 면마다
조류와 수온이 달라 조황이 갈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육지라면 반대편까지 몇 시간이 걸릴 거리를
섬에서는 30~40분이면 건너갈 수 있습니다.
작은 방파제는 아침 첫 자리로 짧게 치고 빠지는 게 좋습니다.
물이 많이 빠지는 자리라면 만조에 맞춰
쉘로우 에기와 무거운 에기를 나눠 써 보세요.
선착장 슬로프는 잠깐 확인하는 자리로 두고,
반응이 없으면 바깥쪽 방파제로 옮깁니다.
석축 호안은 반대로 넓게 걸으며
해조가 뭉친 곳과 무너진 곳을 차례로 훑는 자리입니다.
여기 적은 조건에 맞는다고 늘 나오는 건 아닙니다.
별로라고 생각했던 자리가 의외로 좋을 때도 있으니
힌트로만 삼고 자기만의 숨은 자리를 넓혀 가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