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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상 낚시를 처음 나가면
자리는 남는 곳에 아무 데나 앉기 쉽습니다.
그런데 같은 배에서 같은 채비를 써도
자리에 따라 조과가 눈에 띄게 벌어지는 날이 있습니다.
그래서 바람과 조류, 노리는 어종을 보고
자리를 고르는 기준을 알아 두는 게 좋습니다.
배 위 자리는 바닥 지형과 조류가 만드는 흐름을
어느 위치에서 먼저 받느냐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포인트가 좁을수록 이 차이는 더 커집니다.
이 글은 선상 낚시 자리를 정할 때 볼 조건과
어종별로 유리한 자리를 중심으로 정리합니다.
배의 앞쪽 끝을 선수, 뒤쪽 끝을 선미라고 부르고,
그 사이를 중간 자리라고 합니다.
선수를 바라보고 오른쪽이 우현, 왼쪽이 좌현입니다.
자리를 정하는 방식은 선사마다 다릅니다.
손님이 많이 몰리는 곳은 먼저 온 순서대로 앉고,
멀리서 오는 손님이 많은 곳은 예약 순서대로 정합니다.
선장이 직접 정해 주거나 제비뽑기로 정하는 곳도 있습니다.
같은 항구 안에서는 대개 선사끼리 방식이 비슷합니다.
예약 순서로 정하는 곳은 좋은 자리를 잡으려고
일찍부터 예약을 넣는 사람이 많아 빨리 찹니다.
그러니 예약할 때 자리 정하는 방식을 꼭 물어보세요.
선착순인 곳 중에는 전날부터 자리를 잡아 둘 수 있는 선사도 있어서,
단골들은 전날 좋은 자리를 먼저 챙기기도 합니다.
뱃삯은 어느 자리든 같습니다.
자리 영향이 큰 낚시라면 그만큼 공을 들일 값어치가 있습니다.
낚싯배 뒤쪽에는 스팽커라는 보조 돛이 달려 있습니다.
스팽커를 펴면 선수가 바람을 향하게 되고,
배가 안정된 자세로 흘러갑니다.
그러니 바람 방향이 바뀌면 배가 향하는 쪽도 바뀝니다.
아침에 조류 위쪽이던 자리가
바람이 돌면서 아래쪽 자리가 되기도 하는 셈입니다.
광어 선상처럼 배 옆구리로 바람을 받아
바람 힘으로 옆으로 흘리는 방식도 있습니다.
붕장어처럼 닻을 내려 배를 세워 두는 낚시는
조류와 바람이 함께 작용해 어느 자리가 낫다고 잘라 말하기 어렵습니다.
표층 조류가 바람과 다른 방향으로 흐르면
배는 선수 쪽으로 곧게 나아가지 않고 비스듬히 밀려갑니다.
이때 포인트가 좁으면 자리마다 포인트를 지나는 시간이 달라져
조과 차이가 생깁니다.
무리를 어떻게 쫓는지, 포인트에 배를 어떻게 넣는지는
선장마다 다르니 같은 배를 몇 번 타 봐야 감이 옵니다.
조류 방향은 들물과 썰물에 따라 큰 틀이 정해지지만,
연안에 가까워질수록 해안 지형의 영향으로 방향이 바뀝니다.
큰 해류가 지나는 외해권은
물때와 해류를 함께 봐야 해서 읽기가 더 어렵습니다.
선사 조황 게시판에 조류 방향이 적혀 있기도 한데,
언제 어느 자리 기준인지 없으면 물때와 맞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정확한 값이라기보다 참고용으로 보는 게 맞습니다.
수심 100m가 넘는 곳을 노리는 옥돔이나 쏨뱅이류 낚시에서는
바닥 가까이 흐르는 바닥 조류가 더 중요합니다.
바닥 조류는 쉽게 말해 표층과 따로
바닥 지형을 따라 흐르는 물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깊은 골을 향해 큰 흐름이 있으면
주변 물은 그 흐름 쪽으로 빨려 들듯 흐릅니다.
같은 해역이라도 자리마다 흐르는 방향이 달라집니다.
바닥에 언덕처럼 솟은 곳이 있으면 그 둘레로 도는 흐름이 생깁니다.
조류는 미리 짐작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이 있습니다.
짐작해 보고 맞았는지 확인하다 보면 경험이 쌓입니다.
읽기 어려운 날이라면 조류보다 바람이나 파도 같은
다른 조건을 먼저 보고 자리를 고르는 편이 낫습니다.
무리 지어 다니는 고기는 보통 조류를 거슬러 헤엄쳐 옵니다.
그리고 바늘에 걸리면 조류를 타고 달아납니다.
그래서 물이 흘러오는 조류 위쪽 자리가
입질을 먼저 받기 쉽고, 걸린 뒤 끌어 올리기도 편합니다.
반대쪽 자리는 걸린 고기가 남의 줄 쪽으로 달아나
줄 엉킴이 날 확률이 높아집니다.
무리로 들어오는 방어·부시리류를 활어 미끼로 노리거나,
무리를 기다렸다 받는 붕장어 낚시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밑밥을 뿌려 고기를 모으는 낚시는 조금 다릅니다.
밑밥은 조류를 따라 흘러가고,
고기는 그 밑밥을 향해 조류를 거슬러 올라옵니다.
다른 사람이 뿌린 밑밥도 모두 같은 방향으로 흘러가니
밑밥 낚시에서는 조류가 흘러가는 끝 쪽 자리가 가장 유리합니다.
무리 어종은 위쪽이 낫습니다.
밑밥 낚시는 끝 쪽이 낫습니다.
포인트에 머물러 사는 쥐치나 옥돔, 쏨뱅이 같은 정착성 어종은
포인트에 가장 먼저 들어가는 선수가 기본적으로 유리합니다.
경계심이 덜한 쥐치나 작은 옥돔은 선수에서 잘 나오고,
다른 어종도 선수에서 많이 섞여 올라옵니다.
다만 큰 옥돔은 경계심이 강해 미끼를 봐도 바로 물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선수에서 세 번째 자리나 중간 자리가
큰 옥돔을 만날 확률이 더 높습니다.
큰 쏨뱅이류는 선미가 무난하지만,
바다가 잔잔하고 바닥 조류가 선수를 조류 위쪽으로 만드는 날은 선수가 낫습니다.
파도 영향도 자리마다 다릅니다.
바다가 거칠어 파도가 높으면 배가 흔들려 채비가 자리를 못 잡고,
입질이 줄어 좋은 조과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배의 무게 중심이 가운데보다 약간 뒤에 있어서
선수가 가장 많이 흔들리고, 그다음이 선미,
가장 덜 흔들리는 곳이 중간 자리입니다.
천칭을 써서 채비를 흘리는 낚시나
추를 바닥에 대지 않는 활어 미끼 낚시는 흔들림을 그대로 받으니,
파도가 높은 날엔 선수와 선미 끝자리를 피해 보세요.
가지 채비라면 추로 바닥을 두드리거나
제로 텐션으로 잠깐 멈추는 틈을 넣어 흔들림을 줄일 수 있습니다.
한치처럼 무리를 쫓아가는 낚시는
배가 무리 뒤에서 다가가 위에 멈추고, 무리가 옮기면 따라 옮기기를 되풀이합니다.
이런 움직임에서는 무리를 가장 먼저 만나는 선수가 유리합니다.
서해 광어 선상처럼 바람으로 배를 옆으로 흘리는 날은
선수를 바람에 세우는 날과 자리 조건이 달라진다는 점부터 기억해 두세요.
남해 외해권처럼 조류가 복잡한 곳에서는
바닥 조류를 다 읽으려 애쓰기보다
노리는 어종이 무리 어종인지, 머무는 어종인지로 먼저 나누는 편이 쉽습니다.
무리 어종이면 조류 위쪽, 밑밥 낚시면 조류가 흘러가는 끝 쪽,
머무는 어종이면 선수 쪽을 기본으로 잡습니다.
여기에 파도가 높으면 중간 자리 쪽으로 한 칸 옮기면 됩니다.
같은 선장의 배를 몇 번 타면서
배를 포인트에 어떻게 넣는지 익혀 두면 자리 고르기가 훨씬 쉬워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