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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축 호안처럼 발판이 높은 자리에서도
평소 쓰던 쉘로우 크랭크베이트를
그대로 묶어 던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면 루어는 2m 언저리에서 더 내려가지 못합니다.
정작 노리던 3m 수심층은
한 번도 스치지 못한 채 발 앞으로 돌아옵니다.
바닥 돌에 닿는 느낌이 없는 날이 이어지는 것도
대부분 여기서 시작됩니다.
그래서 서 있는 자리의 높이와 노릴 수심을 기준으로
크랭크 타입을 가르는 판단을 따로 모았습니다.
이 글은 호안 연안에서 립 길이별 잠행 수심과
물색에 따른 크기 고르기를 중심으로 정리합니다.
크랭크베이트 머리 아래에는
부리처럼 튀어나온 판이 하나 붙어 있습니다.
이 판을 립이라고 부르는데,
립이 길고 수평에 가깝게 붙을수록
루어는 감을 때 더 깊이 파고듭니다.
같은 모양의 크랭크라도
립에 따라 이름이 나뉩니다.
쉘로우 러너(SR)는 얕은 곳을 감아 오는 타입입니다.
미드 러너(MR)는 중층을 맡고,
딥러너(DR)는 바닥 쪽 깊은 곳을 훑는 타입을 말합니다.
실제로 오에스피(OSP) 블리츠(Blitz) 계열을 나란히 놓고 보면
차이가 눈에 바로 들어옵니다.
SR은 기판 소재의 짧은 립이 비스듬히 달려 있고,
MR은 립이 더 길면서
수평 쪽으로 누워 있습니다.
배스가 머무는 깊이를 알면
그 깊이에 맞는 립을 고르는 것만으로
루어가 알아서 그 층을 훑고 지나갑니다.
석축 위에 서서 쉘로우 크랭크를 멀리 던지고
빠르게 감아 들이는 장면을 떠올려 보세요.
보통 SR은 2m가 안 되는 깊이까지 들어가는데,
높은 발판에서는 그마저도 다 못 내려갑니다.
이유는 라인 각도에 있습니다.
낚시인이 수면보다 높이 서 있으면
라인이 물속으로 비스듬히 꽂히면서
루어 머리를 위로 끌어올립니다.
그러면 발판 높이만큼 잠행 수심이 줄어들고,
3m 수심층에는 끝내 닿지 못합니다.
발판이 높을수록 같은 크랭크도
한 단계 얕게 헤엄친다고 보시면 됩니다.
연안 배스 낚시에서 호안에 섰다면
표기 수심보다 한 칸 깊은 타입부터 챙겨 두세요.
딥러너 크랭크는 배에서나 쓰는 루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런데 발판 높은 호안에서는 사정이 다릅니다.
SR로는 모자라고,
엑스트라 딥 러너(EX-DR)를 쓰면
바닥을 너무 세게 두드리는 자리가 생깁니다.
딥러너는 쉽게 말해
이 둘 사이의 3m 안팎 수심층을
연안에서 감아 올 수 있게 만든 타입입니다.
블리츠 계열도 오랫동안 SR과 MR, EX-DR만 있었습니다.
비어 있던 DR 자리가 채워지면서
얕은 곳부터 아주 깊은 곳까지
네 단계로 끊어서 노릴 수 있게 됐습니다.
호안 앞 수심이 3m 전후인 곳이라면
딥러너가 바닥을 적당히 스치는 깊이로
딱 맞아떨어집니다.
같은 수심을 노리더라도
물색에 따라 크기를 바꿔야 합니다.
크랭크베이트는 몸통으로 물을 밀어내며 헤엄칩니다.
몸통이 크면 물을 미는 면적이 넓어져서
흐린 물속에서도 배스가 먼저 알아챕니다.
색은 수수해 보이는 쪽이
의외로 쓸모가 많습니다.
현장에서 보면 흐릿한 톤의 색이
맑은 물에서도 흐린 물에서도 잘 보이고,
물에 자연스럽게 섞여 듭니다.
배는 희고 등이 푸른 계열도
자주 손이 가는 색입니다.
물이 맑은 날은 기본 크기로 감습니다.
물이 흐리고 바람에 일렁이면 매그넘급으로 올립니다.
호안 바닥에는 무너진 돌이나 바위가
군데군데 박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장애물 위를 지날 때
크랭크베이트는 립이 먼저 부딪히고 튕겨 나옵니다.
여기에 몸통이 뭉툭하게 생겨서
옆에서 보면 바늘이 몸통 뒤에 숨어 있습니다.
립이 앞을 막고 몸통이 바늘을 감싸니까
밑걸림을 피하는 힘이 꽤 높습니다.
이 구조 덕분에 바닥을 스치듯 감아도
채비를 잃을 걱정이 덜합니다.
따로 액션을 넣지 않고 감기만 해도 되니,
장애물이 많은 연안일수록
바닥 쪽 수심을 과감하게 긁어 보세요.
블리츠 계열은 무게중심이 고정된 크랭크입니다.
보통 고정식은 비거리가 덜 나온다고 여기는데,
막상 던져 보면 멀리 잘 날아갑니다.
움직임은 빠르고 잘게 떠는 하이피치 계열입니다.
여기에 몸집을 키운 맥스(MAX) DR은
EX-DR과 나란히 놓으면 한 사이즈쯤 큽니다.
뭉툭한 몸통과 하이피치 움직임이 겹치니
멀리서도 배스를 끌어당기는 힘이 강합니다.
산간형 대형 댐처럼 넓고 깊은 곳에서 쓰기 좋은 이유입니다.
반대로 몸집을 줄인 타이니 계열도 있어서
작은 크기가 필요한 날에 꺼내 쓰면 됩니다.
발판이 수면과 거의 같은 낮은 연안이라면
SR만으로도 2m 가까이 훑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같은 저수지라도
석축 호안 위로 올라서는 순간
라인 각도가 서면서 계산이 달라집니다.
그래서 자리를 옮길 때마다
발판 높이부터 눈으로 재 보세요.
높은 호안 앞 3m 전후는 DR로 훑습니다.
그보다 훨씬 깊은 브레이크라인은 EX-DR 몫이고,
넓고 깊은 대형 댐은 몸집 큰 딥 크랭크가 맡습니다.
이렇게 나눠 두면 대부분의 연안 자리를 노릴 수 있습니다.
국내 저수지와 강 하류는 석축 호안이 길게 이어진 곳이 많습니다.
가을에 이런 자리를 걷는다면
립 길이가 다른 크랭크를 두세 개 챙겨 가시는 게 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