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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를 세워 팽팽하게 구부려야 물고기에게
주도권을 쥔다고 믿는 분들이 많습니다.
손에 느껴지는 힘이 그만큼 크니 그렇게
믿을 만도 합니다.
하지만 장력을 직접 재 보면 늘어나는
폭은 생각보다 작습니다.
손맛이 좋은 만큼 그렇게 믿고 싶은
마음도 커집니다.
경력이 긴 낚시인일수록 이 방향으로 한 번쯤
생각이 갑니다.
이 글은 로드 각도와 드랙 설정을
기준으로 파이팅에서 실제로 전달되는 힘을
가리는 방법을 제시합니다.
이 글은 로드 각도에 따른 힘의
차이와 드랙 설정에 집중합니다.
파이팅을 두고 의견이 갈립니다.
한쪽은 로드를 세워 구부려야 물고기의
당김을 받아 주고 빨리 지치게 할 수
있다고 봅니다.
로드의 탄력을 살려야 주도권을
쥔다는 생각입니다.
반대쪽은 로드가 누워 있을 때 주도권이
이쪽에 있다고 봅니다.
로드를 구부린다고 물고기가 약해지지는
않는다고 봅니다.
구부러진 상태에서는 물고기의 힘도
이쪽의 힘도 로드에 흡수된다는 입장입니다.
구부리는 파이팅을 부정하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물고기가 걸려 로드가 휘면 기분이 좋고
재미도 있습니다.
걸어서 올릴 확률로만 따지면 구부린
쪽이 더 높습니다.
다만 파워를 거는 문제로 가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농어 태클로 직접 들어 보면 차이가 분명합니다.
8.6ft(약 2.6m) 미디엄
라이트 로드에 PE 1.5호 라인을
묶고 2kg 페트병을 들어 올립니다.
재 보면 1,950g으로 거의 2kg입니다.
로드 전체를 쓰고 들어 올리면 손에 상당한
힘이 듭니다.
손에서 6~7kg쯤 들어 올리는
느낌이라 10분을 버티라면 무리입니다.
이번에는 팁 쪽을 빼서 로드를
절반쯤(약 4ft, 1.2m)으로
줄여 보세요.
힘감이 절반쯤으로 줄어 한 손으로도 수월합니다.
가이드를 곧게 펴서 로드 길이를 거의
없애면 손끝만으로도 들립니다.
이것은 지렛대 원리입니다.
같은 2kg을 올리는데도 로드가 길수록 손에는
더 큰 힘이 필요합니다.
낚싯대는 파이팅에서 파워를 거는 물건이 아닙니다.
물고기를 지치게 하려고 쓰는 물건도 아닙니다.
로드가 하는 일은 바늘이 잘 안 빠지게 해
주는 것입니다.
가까이 왔을 때 물고기가 아래로
파고들거나 줄이 쓸리지 않게 길이를 써
주는 일도 합니다.
그리고 한 가지가 더 있습니다.
로드는 물고기의 당김을 키워 줍니다.
손으로 잡으면 시시한 작은 물고기도 로드를
거치면 훨씬 재미있는 상대로 바뀝니다.
농어처럼 힘이 있는 어종은 이 증폭
때문에 방심하는 순간 줄이 끊어집니다.
7m쯤 되는 긴 대로 큰 물고기를
상대하는 낚시를 떠올려 보세요.
길이가 길어서 물고기의 당김이 엄청나게
증폭되고, 몸에 안전줄을 달아야 끌려가지
않을 정도입니다.
같은 물고기라도 줄을 손으로 잡고 당기면
대단하지 않습니다.
큰 어종이 되면 증폭이 지나쳐 로드를
세우지 못하고 끌려가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힘이 안 걸린 것은 아닙니다.
그 상태에서도 파워를 걸 수 있으니 그대로
가면 됩니다.
낚시는 즐기는 놀이라서 이렇게 당김을
키워 즐기는 것은 얼마든지 좋습니다.
다만 파워 파이팅과는 다른
이야기라는 점만 구분해 두세요.
그런데 경력이 쌓인 낚시인 중에는
그래도 내 감각은 다르다고 느끼는
분이 있습니다.
이 느낌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앞의 실험에는 드랙이라는 변수가 빠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드랙은 쉽게 말해 물고기가 일정한 힘
이상으로 당기면 릴에서 줄이 풀려나가게
하는 장치입니다.
9.3ft(약 2.8m) 미디엄
라이트 로드에 직결강도 7kg쯤
되는 PE 라인을 감습니다.
이 상태에서 장력 측정기로 드랙을 잽니다.
처음 설정은 손으로 쥐면 아플 정도로
줄이 지지직 나오는 2.2kg입니다.
드랙은 많이 돌아갈수록 열이 올라
오일이 묽어집니다.
그래서 점점 느슨해지는 성질이 있습니다.
로드를 세운 상태와 눕힌 상태를 번갈아
여러 번 재서 평균을 내야 정확합니다.
결과는 평균으로 나옵니다.
로드를 세우지 않고 곧게 당기면
2.14kg쯤, 로드를 세운 채
당기면 2.4kg쯤입니다.
로드를 세우면 가이드 마찰이 더해져서 드랙
설정치가 조금 강해지는 것입니다.
로드를 세워 가이드 마찰을 쓰면
손에는 힘이 훨씬 세게 전달됩니다.
이 힘감이 워낙 크니 파워가 많이 가고
있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이 마찰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은
상급자뿐입니다.
입문 단계에서는 2.1kg과
2.4kg의 차이를 거의 못 느낍니다.
그래서 로드를 세워야 파워 파이팅이 된다는
말은 맞는 말입니다.
다만 말이 맞아도 늘어나는 폭은
10%쯤입니다.
2.1kg이 2.4kg이 되는 정도에 불과합니다.
로드를 세우면 느낌은 크게
달라지지만 힘은 조금만 달라집니다.
눕히면 느낌은 작아도 힘은 거의 같습니다.
정말로 파워가 필요하다면 로드 각도를 바꾸지
말고 드랙을 조이세요.
스풀을 손으로 눌러 드랙을 조인 것과 같은
효과를 내는 방법도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3kg, 4kg의 힘도
어렵지 않게 전달할 수 있습니다.
실험에서 측정한 처음 설정은
2.2kg이었습니다.
여기서 드랙을 조이거나 스풀을 누르면 힘이
단번에 올라갑니다.
필요한 순간에만 힘을 올리는 식으로 써 보세요.
드랙 설정은 해 본 분들은 아시겠지만
손맛과 별개로 숫자로 확인할 때 가장 정확합니다.
로드를 세우는 일은 느낌을 키우는 일입니다.
드랙을 조이는 일은 힘을 키우는 일입니다.
로드를 눕히는 쪽이 확실히 힘을 거는 경우도 있습니다.
드랙이 나가지 않는 상황입니다.
바닥 장애물에 걸려 근걸림을 끊어야
할 때가 그렇습니다.
쓰레기나 해초가 걸렸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얕은 모래사장에서 마지막으로 올릴 때도 같습니다.
이럴 때는 로드로 들어 올리기보다
이쪽이 뒤로 물러나며 당기는 편이 낫습니다.
드랙을 누르고 몸을 뒤로 빼는
낚시인이 많은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드랙이 힘을 흘려보내지 않으니 눕힌 로드가
그대로 파워를 전달합니다.
반대로 드랙이 작동하는 순간에는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파워 파이팅은 엄밀히 말하면 로드
각도보다 드랙 설정에 달려 있습니다.
근걸림이 많은 바위 지대나 해초
밭에서는 로드를 눕히고 몸을 뒤로
빼는 방식이 먼저입니다.
얕은 모래사장에서 마지막 한 걸음을 올릴 때도
마찬가지로 로드가 아니라 몸으로 당기세요.
반대로 물고기가 줄을 끌어내며 치고 나가는
자리에서는 드랙 설정이 답입니다.
로드 각도로 승부를 보려 하지 말고
드랙과 스풀로 힘을 만드세요.
서해 갯벌이나 남해 방파제처럼
자리가 달라져도 이 순서는 같습니다.
농어는 30cm 이하는 놓아주셔야 하니
크기를 확인하고 가시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