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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트릴 베어링을 닦고
오일을 새로 넣었는데
핸들이 전보다 덜 돌 때가 있습니다.
그러면 오일이 잘못됐나 싶어
스풀 쪽까지 끈적한 오일로 바꿨다가
비거리만 더 잃는 일이 흔합니다.
여기서는 베어링이 붙은 자리에 따라
오일 점도를 어떻게 나눌지
판단 기준을 순서대로 짚어 봅니다.
베어링은 캐스팅할 때 도는 쪽과
핸들을 감을 때 도는 쪽으로 나뉩니다.
이 둘만 갈라 보면
어디에 묽은 오일을 넣고 어디에 되직한 오일을 넣을지
금방 정리가 됩니다.
이 글은 베이트릴 베어링의
위치별 오일 점도 판단에 집중합니다.
핸들 노브에 오일이 전혀 없는
마른 베어링을 넣고 돌려 보면
손을 뗀 뒤에도 한참을 헛돕니다.
그 베어링을 다시 빼서
오일을 딱 한 방울만 떨어뜨려 봅니다.
다시 끼워 돌리면 여전히 돌기는 하지만
도는 힘이 눈에 띄게 줄어 있습니다.
베어링에 오일을 넣는다는 건
쉽게 말해 베어링 안에
저항을 하나 더 채워 넣는 일입니다.
그러니 오일을 넣었더니 회전이 나빠졌다면
고장이 아니라 당연한 결과입니다.
베어링은 오일이 하나도 없는
마른 상태에서 가장 잘 돕니다.
여기를 거꾸로 알고 있으면
회전을 살리겠다고 오일을 더 넣고,
넣을수록 더 무거워지는 일을 되풀이합니다.
베어링을 새로 끼웠는데 회전이 나쁘다거나
비거리가 줄어든 것 같다는 느낌도
대부분 이 오해에서 시작됩니다.
마른 베어링이 가장 잘 도는데도
굳이 오일을 넣는 데는 까닭이 두 가지 있습니다.
하나는 수명이고,
다른 하나는 손에 오는 느낌입니다.
베어링은 돌 때마다
크든 작든 안에서 마찰이 생깁니다.
이때 오일이나 구리스가 발라져 있으면
쓸리는 부분을 받아 줘서 더 오래 버팁니다.
반대로 마른 상태로 계속 돌리면
회전은 좋아도 그만큼 빨리 닳습니다.
소리 문제도 있습니다.
릴에 들어가는 작은 미니어처 베어링은
마른 채로 빠르게 돌면
가늘게 긁히는 소리를 냅니다.
앞에서 마른 베어링을 돌렸을 때
나던 소리가 바로 그겁니다.
이 소리가 거슬린다면
점도가 조금 높은 오일을 넣어 보세요.
손에 오는 느낌은
뒤에서 핸들 쪽 베어링을 볼 때 따로 짚겠습니다.
점도는 쉽게 말해
오일이 얼마나 끈적한지를 가리킵니다.
물처럼 묽은 오일이 있고,
점도 60 정도로 표기된
조금 걸쭉한 오일도 있습니다.
어느 쪽이 맞는지는
그 베어링이 캐스팅할 때 도느냐,
핸들을 감을 때 도느냐로 갈립니다.
캐스팅 쪽을 맡는 게 스풀 베어링입니다.
스풀 베어링은 사이드컵 안쪽과 스풀 쪽에서
스풀 샤프트 양 끝을 받쳐 주는
베어링 두 개를 말합니다.
스풀 쪽 베어링이 없는 릴이라면
메커니컬 브레이크 노브 쪽에 들어 있습니다.
클러치를 끊으면 스풀은
이 두 베어링에만 기대서 돕니다.
그래서 여기에 점도 높은 오일을 넣으면
스풀 회전이 약해지고 비거리가 그대로 줄어듭니다.
원거리 캐스팅용 베어링이나 오일을 보면
대부분 저점도 오일로 맞춰져 있습니다.
스풀 회전을 최대한 막지 않으려는 겁니다.
베어링 자체도 코팅이나 작은 볼 지름 같은
차이가 있지만,
오일만 놓고 보면 방향은 분명합니다.
스풀 베어링에
묽은 오일만 넣는다고 끝나는 것도 아닙니다.
저점도 오일은 회전을 거의 막지 않는 대신
잘 날아가고 빨리 마릅니다.
막상 써 보면 생각보다 자주
오일을 다시 넣어 줘야 합니다.
원거리용 저점도 오일을 넣었다면
가끔 클러치를 끊고 스풀을 돌려 보세요.
처음보다 회전이 짧아졌다 싶으면
오일을 다시 넣을 때가 된 겁니다.
그 신호를 넘기고 계속 던지면
사실상 마른 베어링으로 낚시하는 셈입니다.
반대로 점도를 조금 높인 오일을 쓰면
묽은 오일보다 회전은 살짝 덜합니다.
그 대신 다시 넣는 횟수가 눈에 띄게 줄어듭니다.
정비를 자주 할 수 없다면
이쪽이 손이 덜 갑니다.
묽은 오일은 멀리 가고 금방 마릅니다.
되직한 오일은 덜 가고 오래 버팁니다.
빅베이트를 던질 때는
스풀 베어링 점도를 일부러 올리기도 합니다.
아주 끈적한 오일을 넣으면 회전은 크게 나빠지지만,
그게 오히려 쓸모 있는 경우입니다.
빅베이트는 루어 자체가 무겁고,
조인트 베이트는 날아가는 도중에
몸통이 돌면서 공기 저항을 크게 받습니다.
그러면 루어는 급히 느려지는데
스풀은 계속 돌아서 백러쉬가 나기 쉽습니다.
이때 스풀 베어링 점도를 높여 두면
베어링이 브레이크를 살짝 더 걸어 주는 셈입니다.
무거운 루어는 베어링에 주는 부담도 커서,
수명을 늘린다는 뜻에서도 되직한 오일이 맞습니다.
던질 때마다 스풀이
날카롭게 반응하는 예민한 릴에도
같은 방법을 쓸 수 있습니다.
스풀 베어링 점도를 한 단계 올려 보세요.
그 날카로운 성격이 한결 누그러집니다.
스풀 베어링을 뺀 나머지,
그러니까 핸들을 돌릴 때 도는 베어링은
캐스팅 비거리와 상관이 없습니다.
핸들 노브 베어링도 여기에 들어갑니다.
핸들 쪽 베어링 점도는
순전히 감는 느낌 취향으로 정하면 됩니다.
데드슬로우는 루어가 겨우 움직일 만큼
아주 천천히 감는 것을 말합니다.
이렇게 감을 때 핸들이 너무 가벼우면
손에 걸리는 게 없어 헛도는 느낌이 듭니다.
해 본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럴 때는 약간 저항이 있는 편이 감기 편합니다.
촉촉하고 묵직하게 감기는 게 좋다면
점도 높은 오일이나 구리스를 쓰세요.
가볍게 도는 쪽이 좋다면 묽은 오일이 맞습니다.
다만 이 판단을 스풀 베어링까지 그대로 가져가면
비거리가 같이 흔들리니 둘은 꼭 나눠서 보세요.
베이트릴 한 대로 가벼운 루어부터
빅베이트까지 두루 쓰려면
손볼 곳은 스풀 베어링 두 개로 좁혀집니다.
핸들 쪽은 손에 맞는 점도로 한 번 정해 두고,
스풀 쪽만 쓰임새에 맞춰 바꾸면 됩니다.
대형 댐 연안처럼 멀리 던져야 하는 날이 있습니다.
이런 날은 스풀 베어링에 묽은 오일을 넣고,
그 대신 정비 간격을 짧게 잡아 두세요.
빅베이트나 조인트 베이트 위주로 나간다면
점도를 올려서 베어링으로
브레이크를 조금 더 거는 쪽이 편합니다.
그래서 저점도, 중간 점도, 고점도 오일을
작은 병으로 하나씩 갖춰 두면 쓸모가 많습니다.
그날 던질 루어를 보고
스풀 쪽 점도만 골라 넣는 식입니다.
회전이 제일 좋은 상태만 좇기보다
회전과 수명 사이에서
자기 낚시에 맞는 지점을 찾는 게 먼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