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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트릴에 PE 라인을 처음 감을 때
스풀에 PE를 바로 묶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러면 드랙을 끝까지 잠가도 라인이 힘없이 풀려 나와서
릴이나 드랙이 고장 났다고 오해하게 됩니다.
고장인지 아닌지는 드랙이 아니라
스풀 위 라인 상태로 가려야 합니다.
이 증상은 집에서는 멀쩡하다가
현장에서 라인이 젖으면 더 심해져서 원인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물에 젖으면 왜 더 심해지는지,
흔히 쓰는 방법이 왜 아쉬운지,
밑줄은 몇 호로 까는지 차례로 짚어 두었습니다.
이 글은 베이트릴 PE 라인 미끄러짐의 원인과
밑줄 작업에 집중합니다.
드랙을 끝까지 잠가 두고
스풀에서 라인을 조금 빼서 손으로 당겨 봅니다.
그런데 PE 라인이 아무 저항 없이
그대로 딸려 나옵니다.
베이트릴 PE 라인에서 이런 증상을 겪으면
릴이 고장 났다거나
드랙이 망가졌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PE로 바꾸자마자 생긴 일이다 보니
라인과 릴이 안 맞는다고 보는 분도 있습니다.
실제로는 드랙과 스풀이 대부분 멀쩡합니다.
눈에 안 보이는 스풀 안쪽에서 라인만 헛돌고 있어서,
겉으로는 드랙이 풀린 것처럼 보일 뿐입니다.
베이트릴에 PE를 감고 드랙이 약해진 느낌이 들면
릴 고장보다 스풀 위 라인부터 의심해야 합니다.
PE 라인은 원래 스풀 표면에서
잘 미끄러지는 성질을 갖고 있습니다.
스풀에 바로 묶어서 감으면
매듭이 스풀을 제대로 붙잡지 못하고,
드랙이 버티는 동안 라인이 스풀 위에서 돌아 버립니다.
감겨 있던 라인을
고속 리사이클러 2.0(High Speed Recycler 2.0)으로
빈 병에 옮겨 보면 이 모습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이 도구는 릴에 감긴 라인을
다른 스풀이나 병으로 옮겨 감는 라인 정리용 장비입니다.
옮기고 나서 보면
스풀 바닥 매듭 자리에 빈틈이 보이고,
당길 때마다 라인만 스풀 위를 미끄러져 돕니다.
라인 미끄러짐이란
드랙과 스풀은 제대로 잡혀 있는데
그 위에 감긴 라인만 통째로 도는 현상을 말합니다.
1.5호 이상 굵은 PE를 감을 때
특히 잘 나옵니다.
라인 미끄러짐이 더 헷갈리는 건
집과 현장에서 결과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캐스팅을 되풀이하면 라인이 물을 머금고 들어오고,
스풀에 감긴 PE도 조금씩 젖어 갑니다.
젖은 PE는 마른 상태보다 훨씬 잘 미끄러집니다.
매듭 근처 빈틈에 물이 고이고
라인이 다시 조여 들면 헛도는 일이 더 잦아집니다.
그러니 집에서 당겨 본 결과만 믿으면
현장에서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집에서 마른 라인을 당겨 보면 드랙이 단단합니다.
현장에서 몇 번 던지고 나면 같은 릴이 힘없이 풀립니다.
이 상태로 계속 써도
릴이 망가지는 일은 없습니다.
매듭이 약하다고 기어나 드랙이 부서지는 게 아니니
그 부분은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문제는 대상어를 걸었을 때입니다.
라인이 스풀 위에서 헛돌면
드랙을 잠가 둬도 라인이 좀처럼 멈추지 않습니다.
막상 걸어 보면 엄지로 스풀을 누르고 한 바퀴 감고,
다시 누르고 감는 식의 어색한 파이팅이 이어집니다.
이렇게 버티다 보면 대상어를 놓치기 쉽고,
스풀 축에도 괜한 부담이 갈 수 있습니다.
파이팅 중 매번 써밍으로 라인을 막고 있다면
스풀에 감긴 방식부터 다시 보셔야 합니다.
라인 미끄러짐을 막는 방법으로
흔히 두 가지가 알려져 있습니다.
PE를 스풀에 여러 바퀴 돌린 뒤 묶는 방법과,
스풀에 테이프를 붙이고 감는 방법입니다.
여러 바퀴 돌리는 쪽은
10바퀴 이상 감고 묶으면 어느 정도 효과가 있습니다.
다만 매듭 주변이 뭉툭해지고
라인이 한쪽으로 쏠려 감기기 쉽습니다.
그렇다고 5바퀴 정도로 줄이면
PE 자체가 미끄러운 성질은 그대로라서,
라인이 젖는 순간 다시 헛돌 수 있습니다.
스풀 테이프는 무게 때문에
스풀이 흔들린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런데 매듭 자리도 이미 볼록하게 솟아 있어서
이 차이는 크지 않습니다.
진짜 문제는 끈끈이입니다.
물에 젖었다 마르기를 되풀이하면 접착면이 끈적해지고,
라인을 갈 때 스풀에 들러붙어 지저분하게 남습니다.
스풀에 PE를 직접 닿게 하지 않으면
라인 미끄러짐은 거의 사라집니다.
PE를 쓰지 말라는 뜻이 아니라,
스풀 바닥의 첫 몇 바퀴만
나일론이나 플로로카본으로 바꾸라는 뜻입니다.
밑줄은 쉽게 말해 메인 라인을 감기 전에
스풀 바닥에 먼저 깔아 두는 줄입니다.
밑줄 굵기는 메인 라인보다 가늘게 고르세요.
메인이 2호라면 2호(8파운드)보다 가는
1~1.5호(4~6파운드) 정도가 알맞습니다.
밑줄이 메인보다 굵으면
그 위로 감기는 PE가 울퉁불퉁해집니다.
밑줄을 레벨 와인더에 통과시켜
평소 쓰는 매듭으로 스풀에 묶고,
남는 끝줄은 짧게 잘라 냅니다.
밑줄과 PE를 잇는 매듭은 가이드를 지나갈 일이 없어서
FG노트까지 공들이지 않아도 됩니다.
쉽게 풀리지 않을 만큼만 묶고
나머지 PE를 평소대로 감으면 됩니다.
이렇게 다시 감고 드랙을 잠가 당겨 보면
손가락에 라인이 파고들 만큼 힘을 줘도 드랙이 버팁니다.
스풀 바닥에 나일론 밑줄을 한 층 깔아 두면
PE가 물에 젖어도 라인이 스풀 위에서 헛돌지 않습니다.
대상어를 건 뒤 드랙을 조였는데도
라인이 계속 나간다면
드랙 손잡이를 더 돌려도 소용이 없습니다.
라인이 스풀 위에서 헛도는 중이라
드랙을 아무리 잠가도 달라지지 않습니다.
그날은 엄지로 스풀을 눌러 가며 버티고,
철수한 뒤 라인을 풀어 밑줄부터 다시 까는 게 먼저입니다.
선상이나 연안에서 굵은 PE를
베이트릴에 감아 쓰는 낚시일수록
이 증상을 자주 만나게 됩니다.
새 PE를 감는 날 밑줄 작업을 함께 해 두면
현장에서 드랙을 의심할 일이 줄어듭니다.
PE로 처음 바꿨다면 라인과 릴이 안 맞는다고 단정하지 말고,
스풀 바닥만 다시 감아도 평소처럼 쓸 수 있습니다.
눈에 안 보이는 스풀 안쪽 일이라
처음엔 다들 드랙부터 의심합니다.
릴이 고장 났다고 보고 수리부터 맡기기 전에
스풀 위 라인 상태부터 확인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