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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센 날에는 배가 흘러가는 대로 두고
지그를 던져도 된다고 여기기 쉽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가장 크게 틀리는 판단입니다.
풍속 5m에 작은 보트는 시속 3km로 밀려가서
낚싯줄이 비스듬히 누운 채 바닥을 찾지 못합니다.
이럴 때 쓰는 도구가 파라슈트 앵커입니다.
배 뒤로 천 낙하산을 펼쳐 흐름을 붙잡아 두는 방식입니다.
소형 보트로 바람 센 연안을 흘리는 낚시인이라면
이 장치 하나가 그날의 낚시 여부를 가를 수 있습니다.
이 글은 파라슈트 앵커의 로프 길이와 사용 한계,
실제 흘림 속도 변화를 중심으로 정리합니다.
작은 보트는 바람의 영향을 그대로 받습니다.
풍속이 5m일 때 아무것도 달지 않고 흘려 보면
시속 3km 정도로 한 방향으로 밀려갑니다.
조류 자체는 그렇게 세지 않은데도
바람이 밀어내는 힘 때문에 배가 쉬지 않고 움직입니다.
포인트에 도착하면 먼저 엔진을 끄고 배를 세워
어느 쪽으로 시속 몇 km로 흘러가는지부터 확인하세요.
이 수치가 있어야 앵커를 내린 뒤에
얼마나 줄었는지 비교할 수 있습니다.
바람이 센 날일수록 이 확인 한 번이
그날 낚시의 기준치가 됩니다.
흘러가는 방향을 알면 던질 쪽도 정해지니
시간을 허비하지 않게 됩니다.
파라슈트 앵커는 쉽게 말해
물속에서 낙하산처럼 펼쳐져 배가 밀려가는 것을 잡아 주는
수중 닻입니다.
바다에 던져 넣으면 물을 가득 머금고 부풀면서
배의 이동 속도를 눌러 줍니다.
시속 3km로 밀리던 배가 앵커를 내리자
시속 1.5km까지 내려갔습니다.
이상적인 속도는 시속 1km 안팎이라
거기까지는 못 갔어도 낚시하기에는 충분히 나아졌습니다.
낚싯줄도 비스듬히 누웠던 것이 거의 수직으로 내려가
수심 39m에서 바닥을 훨씬 쉽게 읽었습니다.
앵커에 달린 로프가 짧으면 효과가 약해집니다.
배 길이의 3배쯤 되는 로프가 있어야 한다는 조언이 있어
기본 로프에 줄을 더 이어서 길게 만들었습니다.
처음 내릴 때는 앵커가 펼쳐지기 전에
배가 먼저 흘러가 버리는 일이 있습니다.
앵커를 던진 뒤에는 배가 밀리는 방향을 살피며
로프가 충분히 풀려 나가는지 확인하세요.
낙하산이 열리는지도 눈으로 봐야 합니다.
낙하산이 활짝 열린 뒤에야 배가 천천히 멈춰 서고,
그때부터 낚시를 시작합니다.
로프가 짧으면 배가 앵커보다 앞서 나가
낙하산이 접힌 채 끌려오기도 합니다.
파라슈트 앵커가 바람을 잡아 준다고 해서
어떤 바다에서나 통하는 것은 아닙니다.
풍속 5m 정도는 견디지만 파고가 2m에 이르면 쓸 수 없고,
1.5m까지도 이미 힘든 조건입니다.
밀물 때는 바람과 물이 부딪혀 파도가 높게 일었다가
썰물로 바뀌면 가라앉는 경우가 있습니다.
밀물 동안은 얕은 곳에서 시험해 보고,
물때가 바뀐 뒤 수심 100m 라인을 노리세요.
파도가 높은 날 억지로 앵커를 내리면
로프에 배가 끌려 오히려 위험합니다.
소형 배라면 더욱 무리하지 마세요.
앵커로 배를 세운 날에는 지그를 발밑에 곧장 떨어뜨리는 쪽의 반응이 나빴습니다.
오히려 물이 흘러오는 쪽으로 한 번 던져서
지그가 자연스럽게 흘러가게 하는 방식에서 입질이 두 번 왔습니다.
배 위치가 비교적 고정되니
던진 방향과 흐름의 각도를 그대로 읽을 수 있습니다.
지그가 발밑 가까이 돌아오면 회수하고 다시 던지세요.
불편한 점도 분명합니다.
자리를 옮기려면 앵커를 거두고 이동한 뒤
다시 내려야 해서 손이 많이 갑니다.
그래도 바람 때문에 낚시가 안 되는 날에도
한 마리를 노릴 수 있다는 점이 이 방식의 장점입니다.
큰 고기가 걸렸을 때 스냅이 열려 버리는 일도 있었습니다.
드랙을 2kg으로 맞춰 두었는데도 3호 스냅이 망가졌습니다.
그 뒤로는 스냅을 쓰지 않는 쪽이 맞았습니다.
장소를 바꿀 때는 산이 바람을 막아 주는 바람 그늘 쪽이 좋았습니다.
수심 30m에서 시작해 점점 깊어지는 지형이었고,
앵커 없이는 시속 3km로 흘러갈 곳이었습니다.
앵커를 내리자 시속 1km 아래로 내려갔습니다.
조류가 세지 않은 곳에서는 바람이 미는 힘만 상쇄해도
배가 안정적으로 흘러갑니다.
작은 배일수록 지형이 바람을 막아 주는 쪽을 먼저 찾으세요.
남해 다도해처럼 섬과 산이 바람을 막아 주는 해안에서는
바람 그늘 쪽부터 찾는 것이 첫 번째입니다.
그늘이 없는 열린 곳에서만 앵커를 내려
배의 속도를 시속 1~1.5km로 낮추세요.
로프는 배 길이의 3배쯤으로 잡고,
파고가 1.5m를 넘는 날은 쓰지 않는 쪽을 권합니다.
동해나 서해의 열린 연안은 파도가 쉽게 높아지니
바람과 물이 부딪히는 시간이 지난 뒤에 내리세요.
조류보다 바람이 배를 미는 날일수록
앵커 하나가 낚시 가능 여부를 가릅니다.